60조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충격적인 건 탈락 이유다. 성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가격이 비싸서도 아니었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국이 독일에 밀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캐나다는 원래 국방비에 별로 투자하지 않는 나라다. 위로는 북극, 아래는 미국, 왼쪽도 알래스카 미국이니 딱히 위협받을 나라가 없었다.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으로 버텨온 이유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지구 온난화로 열리기 시작한 북극항로에 러시아가 닿아 있고, 중국도 노리고 있다. 거기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집어삼키겠다며 캐나다 바로 위를 위협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부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미국이 지켜줄 거라고 믿었기에 국방비를 아꼈는데, 이제 그 미국 자체가 변수가 됐다. 캐나다가 디젤 전기 추진 잠수함 12척, 선박 가격만 20조, 30년 MRO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방 사업을 시작한 배경이다.
최종 결선에 오른 두 나라는 한국과 독일이었다.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일본까지 경쟁에 참여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한국은 하나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주도하는 팀코리아를 구성했고, 정부까지 총출동했다. 제시한 잠수함은 3,600톤급 장영실함이었다. 도산안창호함(3,000톤급)보다 한 단계 앞선 장보고 3 배치 2의 1번함으로, 2025년 11월에 진수됐다.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항속거리는 최대 12,900km, 탄도미사일 발사관도 갖춘 최신형이다.
캐나다 승조원들이 도산안창호함을 타고 한국에서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빅토리아까지 14,000km 태평양 횡단에도 성공했다. 당시 캐나다 승조원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1999년식 혼다를 몰다가 신형 테슬라를 타는 것 같다"는 말이 언론에 퍼졌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직접 거제도 하나오션 사업장을 방문해 장영실함에 탑승해 성능을 확인했다.
반면 독일이 제시한 잠수함은 실물이 없었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2,500톤급 차세대 잠수함인데, 아직 첫 번째 함정도 생산되지 않은 설계도만 있는 상태였다.
실전 배치된 잠수함이 있고 태평양까지 직접 항해한 한국, 설계도만 있는 독일. 이 차이가 가장 큰 강점이었다.
가격 면에서도 한국이 유리했다. 독일의 2,500톤급이 한국의 3,600톤급보다 50% 이상 비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납기 문제도 있었다. 유럽 기업들은 대형 프로젝트의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도 납기 문제로 경쟁에서 스스로 철수했다. 독일 국방부 장관이 2036년까지 4척을 납품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독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343시간으로 OECD 최저 수준이다. 한국(1,872시간)과 비교하면 체감상 납기 신뢰도의 차이는 컸다.
7월 6일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는 독일 TKMS를 우선 협상자로 발표했다. 발표문 안에 결정적 단어가 등장했다.
"TKMS 플랫폼은 북극해에 최적화돼 있으며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원활한 통신과 정보 공유, 연합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나토(NATO). 군사 동맹 이름이 공식 발표문에 직접 등장한 것이다. 한국 잠수함의 성능이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군사 동맹 구조 안에서의 호환성이 선택의 기준이 됐다는 의미다.
TKMS는 이미 나토 회원국 18개국 이상에 잠수함을 공급해왔다. 독일 잠수함을 쓰면 나토 파트너들과 승조원 공유, 훈련 공동 진행, 정보 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반면 한국 잠수함을 쓰면 나토 동맹 체계 안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된다.
캐나다 총리는 "이번 결정은 단순 조달을 넘어선 장기 파트너십"이라고 명시했다. 잠수함을 사는 게 아니라 안보 동맹의 방향을 선택한 것이었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연합 작전도 펼쳤다. 노르웨이가 받기로 돼 있던 잠수함 일부를 캐나다에 먼저 넘겨주는 방식으로 2034년까지 첫 4척을 조기 인도하겠다고 제안했다. 나토 동맹 안에서 함께 북극해를 지키자는 메시지가 담긴 제안이었다.
마크 카니 총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사실상 무너졌다. 패권국들과 일대일로 협상하면 항상 약한 입장이 된다.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최초로 유럽 정치 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 정치인은 캐나다의 EU 가입 가능성을 언급했고, 핀란드 대통령은 카니에게 직접 EU 가입을 제안했다. 설문 조사에서 캐나다 국민의 55~60% 정도가 EU 가입에 찬성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다만 현실적으로 EU 가입은 극히 어렵다. EU 조약 자체가 회원국 자격을 유럽 국가로 제한하고 있고, 이를 바꾸려면 현 27개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무역 구조도 문제다. 캐나다 수출의 70% 이상이 미국으로 향하고 유럽은 8~10% 수준이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포기하고 EU 기준을 따라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군사 분야에서만큼은 캐나다가 유럽과 손을 잡겠다는 신호는 분명히 보냈다. 이번 잠수함 선택이 그 상징적 첫 걸음이었다.
하나오션은 공식 성명에서 "나토 동맹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직접 인정했다. 캐나다 총리도 "두 업체 모두 성능 기준을 충족했고, 매우 어렵고 박빙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단풍잎 한 장 차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성능과 가격에서는 경쟁력이 충분히 증명됐다. 문제는 군사 동맹 구조라는 변수였다. 나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한 방산 수주전에서는 이 변수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독일이 선택됐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우선 협상이 결렬되면 한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설 수 있다는 조항도 공식 발표문에 포함됐다. 가능성은 낮지만 0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경험은 K방산이 나토 동맹 외부 시장, 동남아시아, 중동, 기타 비동맹 국가들을 공략할 때 훨씬 더 유리한 포지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도 "방산 4강 도약을 위한 귀중한 교훈"이라고 밝혔다. 성능이 이미 증명됐다. 다음 판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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