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G1X를 검색한 사람이라면 아마 하나쯤은 찔렸을 것이다. 릴스에서 봤을 때 분명히 예뻤는데, 24만9천원이라는 가격 앞에서 멈칫한 사람. 이 키보드가 단순히 비주얼만 좋은 건지, 아니면 실제로 쓸 만한 기능이 있는 건지 — 뜯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가격 및 가성비: 키보드 본체 24만9,000원 / 팜레스트 별도 49만9,000원 (세트 구매 시 30만원대 초반). 기능 대비 가격은 비싸다는 평이 많지만 자석축+기계식 이중 구조는 이 가격대에서 드물다.
디자인 및 실물: 텐키리스보다 작은 배열, 투명 PC판 사이드, 노브 2개, 빛을 받으면 무지개처럼 보이는 상판이 특징. 다만 하우징은 플라스틱으로 알루미늄의 고급감은 없다.
실착 단점 또는 사이즈팁: 오링(SPP) 기능 사용 시 키가 바닥에 빨리 닿는 느낌이 있어 장시간 사용 시 손가락 피로 가능. 무선 미지원은 자석축 키보드 중 유일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산 가성비 키보드가 워낙 많이 나왔다. 같은 돈으로 더 좋은 키감을 찾을 수 있는 선택지가 넘치는 상황에서, 로지텍 게이밍 키보드는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로지텍은 최근 자석축 래피드 트리거 지원 등 게이밍 특화 기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G1X는 그 방향의 결과물 중 하나다. 단순히 예쁜 키보드가 아니라, 기능으로 승부를 걸어보려는 시도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계식 스위치와 자석축을 한 키보드에서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타이핑엔 기계식 텍타일 스위치를 쓰고, WASD처럼 게임에서 자주 쓰는 키에만 자석축으로 교체해 꽂는 방식이다.
자석축이 들어가는 위치는 키보드 밑면 빗금 표시가 된 39개 키로 한정된다. 왼쪽 키들과 방향키 위주로 배치돼 있어 게이밍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쓰이는 영역은 충분히 커버한다. ESC나 펑션 키처럼 일부 위치에서는 자석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석축의 핵심은 0.1mm부터 4mm까지 누른 깊이를 커스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기계식은 눌렀다 뗐다의 온/오프만 인식하지만, 자석축은 눌리는 깊이 자체를 인식한다. 게임에서 W키를 살짝 누르면 걷고, 꾹 누르면 달리기처럼 하나의 키에 두 가지 동작을 할당하는 것도 가능하다.
키캡 리무버가 받침대로 쓰인다. 처음 보면 "그게 뭐가 대단해?"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써보면 꽤 합리적인 설계다. 키캡이나 스위치를 교체하지 않을 때는 리무버가 키보드 뒤쪽 받침대로 고정되고, 교체할 때만 꺼내서 쓴다. 따로 보관하다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
여분 스위치를 키보드 상단 투명 슬롯에 끼워 보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스위치를 교체할 때마다 서랍을 뒤질 필요 없이, 키보드 자체에 보관해 두고 뽑아 쓰면 된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기계식 키보드를 오래 쓴 사람일수록 더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RGB는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서 기능적으로도 쓰인다. 자석축이 꽂힌 키는 보라색 LED로, 기계식 스위치 키는 기본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스위치를 교체한 뒤 스캔 버튼을 누르면 LED 색상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자석축 키를 누르면 누른 깊이에 따라 LED가 반응하는 시각적 피드백도 제공한다.
투명 PC 소재 사이드판은 빛을 받으면 무지개처럼 보이는 프리즘 효과를 낸다. 팜레스트와 함께 사용하면 키보드에서 나온 RGB 빛이 팜레스트를 통해 아래로 퍼지도록 설계되어 있어, 데스크테리어 목적으로는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탑재된 스위치는 텍타일 계열이다. 눌렀을 때 중간에 걸리는 구분감이 있지만 청축처럼 시끄럽지 않고, 무접점에서 구분감을 조금 더한 정도라고 보면 된다. 소음은 생각보다 조용한 편이고, 경쾌한 느낌은 있다. 스페이스바와 백스페이스는 약간 낭창낭창한 느낌이 남는다.
무게는 가볍다. 이건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인데, 묵직한 키보드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고, 부담 없이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장점이 된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하우징이다. 플라스틱 하우징으로 마감되어 있어 24만9천원이라는 가격 앞에서 알루미늄 하우징 대비 고급감 차이가 체감된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키감이나 하우징 완성도가 더 높은 중국산 기계식 키보드는 충분히 많다. 이 키보드는 키감과 하우징보다는 기능과 기믹에 투자한 제품이라는 걸 먼저 이해하고 사야 한다.
무선 미지원도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유선 전용인데, 이미 시장에는 자석축에 8K 폴링레이트까지 지원하는 무선 제품도 나와 있다. 이 가격에서 유선만 된다는 건 분명한 단점이다.
릴스나 리뷰 사진에서 키보드와 같이 보이는 팜레스트는 별도 구매다. 가격은 49만9,000원이다. 단독으로 사면 로지텍 로고와 사선 빗금이 들어간 반투명 판 하나다. 기능은 없고 순수하게 빛 확산과 손목 받침 역할만 한다.
키보드 본체 24만9천원에 팜레스트까지 세트로 구매하면 30만원 초반대로 책정된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포함인 줄 알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올려봤을 때 키보드 높이와 딱 맞게 설계돼 있어 세트로 써야 어울리는 느낌이 강하다는 게 또 묘하다.
키감만 따지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같은 가격대에서 키감이나 마감 완성도로 따지면 더 나은 선택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반면 자석축과 기계식을 상황에 따라 혼용하고 싶거나, 래피드 트리거로 세밀한 게이밍 커스텀을 원하거나, 데스크테리어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이 키보드의 기믹들이 실제로 의미 있게 작동한다. 특히 스위치 보관 방식, 키캡 리무버 겸용 받침대 같은 사용성 중심 디테일은 기계식 키보드를 오래 써온 사람일수록 더 높이 평가하는 요소다.
선물용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 있는데, 실제로 직접 사기엔 애매해도 받으면 꽤 인상적인 물건임은 분명하다. 기능보다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지만, 기능을 먼저 보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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