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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메모리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지만, 그 말을 애플이 하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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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s20748 2026. 7. 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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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멘탈이 흔들렸을 것이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9.99%를 찍고, 다음 날 반등, 또 다음 날 -5.8%. 결국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계좌는 제자리가 아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변동성이 왜 지금 이 시점에 터지고 있는지, 그리고 마이크론과 애플이 왜 이 흐름의 한가운데 있는지 — 그 연결 고리를 모르면 뉴스를 봐도 반쪽짜리 정보만 남는다.

28년에 여섯 번 울리던 서킷 브레이커가 올해만 다섯 번 발동됐다

애플이 서킷 브레이커는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8% 이상 빠져야 발동되는 장치다. 1998년 IMF 사태 이후 도입된 이 제도는 이후 28년 동안 딱 여섯 번 발동됐다. 닷컴 버블, 9·11 테러, 리먼 브라더스 사태, 코로나 같은 진짜 글로벌 위기 때나 울리는 '전설 속의 제도'였다. 그런데 올해만 이미 다섯 번 발동됐다. 그중 세 번이 6월 한 달에 집중됐고, 지난 한 주에만 두 번(화요일·금요일)이 터졌다. 같은 주에 사이드카도 세 번 발동됐다. 화요일에 서킷 브레이커가 걸리고 금요일에 또 걸리는 시장은, 28년 역사상 처음 보는 수준이다. 더 놀라운 건 이게 하락장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수 자체는 이 기간 동안 크게 내려가지 않았다. 빠졌다가 올랐다가, 빠졌다가 올랐다가를 반복하면서 하루 평균 538포인트씩 움직인 결과물이다. 옛날엔 100포인트 움직여도 큰 장이었다.

이 변동성의 진짜 원인 —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뭘 한 건가

가장 많이 지목되는 원인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 상품들이 상장됐다. 상장 이후 22영업일 동안의 숫자가 놀랍다. - 하루 평균 거래대금 10조 원 - 사이드카 10회 발동 (2일에 한 번꼴) - 상장 2주간 개인 투자자 ETF 순매수의 93%가 레버리지 상품 - 하루 평균 매매 회전율 122%, 최고점엔 200% 회전율 200%라는 건 전체 펀드 규모를 하루에 두 번 돌렸다는 뜻이다. 이 엄청난 매수·매도 물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쏠리면 코스피 지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버리지 상품의 상장 이후 하루 평균 변동률이 10.74%에 달했다. 지난 한 주엔 +12%, -25%, +25%, -17%를 번갈아가며 찍었다. 어지간한 잡주도 하루에 10%를 평균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신용 융자와 미수 잔고도 고점을 뚫고 있다. 레버리지 게임에 빌린 돈까지 들어오면 반대매매가 터지고, 반대매매는 가격을 보지 않고 던지기 때문에 진폭이 점점 커진다.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가 "현재 한국 시장은 카지노와 다름없다"고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 50배 레버리지 상품을 파는 곳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장은 "들어누워서라도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금융투자협회장도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전국민이 투자에만 몰입하는 구조를 우려했다. 이 우려들이 반영되면서 6월 29일로 예정됐던 개별 주식 위클리 옵션 상장도 연기됐다.

마이크론 실적이 왜 한국 투자자들의 밤잠을 빼앗았나

이 소란스러운 한 주의 가운데에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있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3대장으로 불리는 미국 기업이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이번 실적은 모든 전망을 사분하게 넘겼다. - 매출: 직전 분기 대비 +74%, 전년 동기 대비 +450% - 조정 EPS: 시장 예상치를 25% 이상 상회 - 2분기 영업이익: 약 51조 원 (전년 동기 대비 14배) - **매출 총이익률: 84.9%** 마지막 수치가 압도적이다. 엔비디아도 보통 74~78%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는 81.8%였는데 그조차 훌쩍 넘겼다. 작년 마이크론의 매출 총이익률은 37%였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86%를 제시했다. "이 비율이면 비용을 아예 안 쓰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만하다. CEO 컨퍼런스 콜에서 더 눈에 띄는 발언이 나왔다. 마이크론은 현재까지 16건의 '전략적 고객 계약(SCA)'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은 기존 장기 계약(LTA)과 다르다. 물량과 가격 상한·하한을 미리 묶고, 가격이 하한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고객은 반드시 일정 물량을 사야 하는 인수 의무 계약이다. 파기해도 위약금이 발생하고, 계약 이행 보증으로 220억 달러 규모의 현금 예치금을 이미 받았다. 돌려주는 돈이 아니라 사실상 선불 개념이다. 계약 기간은 5년이고, 현재 매출의 약 25%가 이 계약으로 고정되어 있다. 마이크론은 이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공급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메모리 공급이 증가하는 수요를 언제 따라잡을지 알 수 없다. 대형 팹을 짓는 데는 건설 시간, 인력 부족, 에너지 인프라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메모리 기업 CEO가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언한 측면은 감안해야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 자체가 완만해지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인 건 사실이다.

애플이 메모리 핑계로 가격을 올렸는데 — 왜 그 말이 불편한가

마이크론 실적 발표 직후, 애플이 기습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맥북에어 200달러, 맥북 프로 300달러, 아이패드 에어 150달러, 아이패드 프로 200달러. 대략 15~20% 인상이다. 아이폰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분위기상 시간문제로 보인다. 공식 성명에서 애플은 "AI 확산으로 메모리·스토리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처럼 빠른 속도의 부품 가격 급등은 없었다"며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밝혔다. 팀 쿡도 "최근 6개월 동안의 메모리 가격 상승은 40년 업력에서 처음 보는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로 디램 가격이 약 900% 가까이 오른 건 사실이다. 그 맥락에서 어느 정도 납득은 된다. 그런데 이 말을 애플이 한다는 게 문제다. 애플은 수십 년 동안 대량 구매라는 갑의 지위를 활용해 메모리 기업들의 마진을 최소화하고 가격 경쟁을 유도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마이크론 CBO는 "몇 년 전 메모리 시장 침체기 동안 일부 고객사가 최저가로 제품을 구매해 가면서 마이크론은 엄청난 손실을 봤다. 당시 영업 마진이 마이너스 70~90%였고 그 때문에 공장 투자를 하지 못했다"고 인터뷰했다. 직접 애플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맥락은 명확하다. 애플은 5달러짜리 메모리 칩을 사서 99달러짜리 업그레이드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팔아온 기업이다. 메모리 기업이 45달러를 올렸을 때, 소비자에게는 200~250달러를 더 얹어서 파는 구조다. 월가에서도 마이크론 실적 발표 직후 타이밍에 가격 인상 발표가 나온 것을 두고 "마이크론을 저격한 거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80%가 넘는 매출 총이익률, 조 단위 영업이익 기록이 나온 바로 그날 발표된 인상 이유가 '메모리 가격'이었으니 그 시선은 자연스럽다. 맞는 말이다. 메모리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고, 그게 제품 가격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말을 애플이 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애플은 현재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중국 메모리 기업 CXMT(창신메모리)로부터 칩을 살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아마존도 같은 시기 핵심 AI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IT 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SK하이닉스 ADR 상장 — 이게 개인 투자자한테 어떤 의미인가

한 가지 더. SK하이닉스의 미국 ADR(예탁증권) 상장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도 나왔다. 45조 4,500억 원 규모, 최대 1,700만 주, 전체 지분의 약 2.5% 규모다. ADR이 발행되면 한국의 SK하이닉스 본주와 미국의 ADR 사이에 이론적으로 차익거래가 가능해진다. 한쪽 가격이 높아지면 전환을 통해 수렴하는 구조다. 물론 발행 주식 수가 정해져 있어 제약이 있지만, 미국에서 ADR 가격이 올라가면 본주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건 거래 가능 시간이다. 국장이 오후 3시 반에 끝나도 미장은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 30분에 열린다. SK하이닉스 본주와 ADR이 연동되면 사실상 새벽을 빼고는 언제든 거래가 가능한 주식이 된다. 주식 시장이 더 길어지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한국 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어디로 집중되고 있는지, 그 구조가 어떻게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개별 종목 뉴스 하나만 보고 판단하다가 방향을 잃는다. 지금 시장은 그런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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