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이렇게 좋은데 주가가 왜 빠지냐는 질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한 분기 영업이익 89조 원. 엔비디아보다 많이 벌었다. 그런데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9.6%였다. 이건 단순한 '선반영'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71조 원, 영업이익은 89.4조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1,800%다. 18배 늘었다는 뜻이다. 불과 1~2년 전 한 분기에 5~6조 원을 벌던 회사가 한 분기에 89조 원을 번 것이다.
이 수치는 민간 기업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에 가깝다. 엔비디아가 1분기에 기록한 82조 원을 넘어섰고, 애플보다도 많이 벌었다. 아람코 같은 국영기업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이만큼 번 기업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숨은 맥락이 있다. 이번 89조는 상반기 두 분기치 성과급 충당금 20조 원을 한꺼번에 반영한 수치다. 이걸 제외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110조 원에 달했다. 시장 일부가 '실망'으로 해석한 배경이 여기 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았거나, 아니면 시장의 시선이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진짜 이유는 실적 실망이 아니다. 수급이다.
외국인은 최근 1년 누적 기준으로 코스피에서 약 150조 원을 순매도했다. 이 빈자리를 개인이 약 100조 원, 기관이 약 60조 원어치 받아냈다. 그런데 기관의 상당 부분은 ETF나 퇴직연금 자금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인이 대부분 받은 셈이다.
문제는 이 매수가 언제부터 급격히 몰렸냐다. 코스피가 7,000을 돌파한 5월 6~7일, 바로 그 지점부터 개인 순매수 88조, 기관 17조가 잡혔고 외국인은 그때부터 106조를 던졌다. 코스피가 상승 돌파하는 순간 고점에서 받은 것이다.
현재 코스피는 7,475 수준이다. 5월 7일 종가 7,490에서 사실상 제자리다. 외국인이 팔고 나간 자리를 개인이 받아줬고, 지금 그 가격 부근에서 시장이 멈춰 있다. 예탁금도 최근 한 달 사이 30조 원이 감소했다. 신용 잔고도 줄었다. 개인이 더 사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나스닥은 연중 고점 대비 3.3% 수준의 조정에 그쳤다. S&P500도 마찬가지다. 닛케이가 일부 밀렸지만 글로벌 지수 폭락은 아니다.
지금의 코스피 하락은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이 아닌, 사실상 한국만의 이슈다. 지난주 한 주에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화요일 매도 서킷브레이커, 수요일 매도 사이드카, 금요일 매수 사이드카가 연속으로 나왔다. 사이드카는 이제 매주 등장하는 수준이 됐다.
한때 저커버그의 메타가 "데이터센터 남는다"는 발언이 반도체주를 흔들었지만, 이후 메타 측은 공식 반박했다. "컴퓨팅 자원이 과잉이라는 뜻이 아니라, 비용 구조상 임대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고 실제로 캐나다 앨버타에 1GW급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발표했다. 오버빌트가 사실이라면 더 짓지 않았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에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을 상장했다. 상장가는 149달러, 본주 기준 225만 원 수준이었고 총 공모 금액은 265억 달러, 약 40조 원이다. 이는 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조달한 IPO 역대 최대 금액이다. 알리바바가 2014년 기록한 2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상장 첫날 ADR는 +12% 오른 168달러로 마감했다. 본주 기준 252만 원에 해당한다. 반면 국내 본주는 최근 고점 300만 원 대비 약 26% 하락한 220만 원 수준이다.
여기서 합리적인 의심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한국 본주를 팔고 ADR를 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42조 원 매도했고, 개인은 41조 원 매수했다.
ADR과 본주의 관계도 짚어봐야 한다. ADR 보유자는 이를 한국 본주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 본주를 ADR로 바꾸는 것은 규제와 총량 제한으로 쉽지 않다. SK하이닉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ADR을 한국 본주로 바꾼 경우, 다시 ADR로 전환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TSMC의 경우 본주와 ADR의 프리미엄 차이가 현재 16%에 달한다. 대만도 본주→ADR 전환을 규제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ADR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본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채로 남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ADR 상장을 두고 증권사 리포트도 갈렸다. 한 리포트는 "ADR 발행은 중립적이며 원주 밸류에이션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사실상 보유(셀에 가까운) 의견을 냈다.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 내년 이후 성장 모멘텀이 꺾일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반면 다수 리포트는 목표 주가를 올려 잡았다. 글로벌 자금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 ADR이 본주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변수가 있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마이크론이 미국에 2,5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한 직후였다.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발언이다. 반도체 산업 패권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는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이 150조를 팔고 개인이 100조를 받은 지금, 시장이 다음에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다. 외국인이 다시 돌아오느냐다. 팔 만큼 팔았다는 신호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확인되기 전까지, 수급 불안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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