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오르면 나머지는 다 따라오는 줄 알았다. 막상 장을 보면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전 10시부터 드라마틱하게 올랐지만, 전력기기와 화장품은 상승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코스닥은 더 심하다. 7월 실적 시즌을 앞두고 지금 어떤 종목에 눈을 둬야 하는지, 수급과 실적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을 짚어봤다.

메타발 리스크로 하루 장이 급락했다. 불안한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 급락 때 거래량이 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작년 11월 계엄 이슈로 개파락이 났을 때도 거래량은 같은 패턴이었다. 거래량 없는 급락 다음날은 플러스로 마감했다.
이걸 두고 "심리적 비관의 끝, 이성적 낙관의 시작"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팔 사람은 이미 팔았다는 뜻이다. 나이트클럽 비유를 빌리자면, 출입구 쪽에서 춤추는 사람이 많을수록 불안한 시장이다. 언제든 도망갈 준비가 된 사람이 많다는 신호다. 지금은 그 숫자가 줄고 있다.
외국인 파생 수급도 눈길을 끈다. 현물은 매도하면서 선물은 조금씩 롱 포지션을 쌓아왔다. 3시 반 이후 1,800억 순매수로 마무리. 외국인이 한쪽을 버리면서 다른 쪽을 줍고 있다는 흐름이다.
이번 주 수출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시그널이 두 가지 나왔다. 화장품·의료기기 수출이 매우 좋았고, 전력기기 수출도 기대 이상이었다. 문제는 정작 해당 종목들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화장품은 오늘 장에서 상승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전력기기도 마찬가지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은 외국인이 주 내내 매도했다. 수출 실적이 좋아도 외국인 수급이 빠지는 종목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버티기 어렵다.
그렇다고 전력기를 버릴 이유는 없다. 전력기기 보유자라면 2분기 실적 발표를 기다릴 만하다. 3분기 수주 현황과 가이던스가 컨퍼런스콜에서 공개되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종목을 다시 살린다.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캐팩스(CAPEX) 막대그래프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보인다. 마이크론의 캐팩스가 하이닉스·삼성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반면 낸드 쪽은 키옥시아, 샌디스크, 인텔 모두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유지보수와 선단공정 집중이다.
이 구도에서 캐팩스를 공격적으로 집행하는 주체들의 수혜는 결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흘러간다.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같은 종목들의 PER이 비싸 보이지만 EPS 성장률이 그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15일 ASML, 16일 TSMC 실적 발표가 대기 중이다. 이후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순서다. AI 토큰 수요는 2028년까지 공급과 괴리가 지속 확대되는 구조다. 빅테크 실적과 캐팩스 가이던스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소부장 장비주의 우상향 추세는 유효하다.
다음 주 가장 큰 이벤트는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84~85조 원 수준. 만약 앞자리가 '9'로 시작하면 시장 반응은 달라진다. 강한 상승 트라이가 예상된다.
여기에 SK하이닉스 ADR 상장이라는 변수도 있다. 국내 본주를 팔아 미국 ADR을 사려는 수요가 생기면 수급 이탈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ADR이 강하게 올라오면 결국 본주 밸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걱정보다 기대가 앞선다는 게 현장 판단이다.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시총 대비 4% 초반대다. 금액은 늘었지만 시총이 워낙 커진 탓에 비율은 낮다. 신용 과열로 보기 애매한 수준이라는 점은 시장 하방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이다.
현대차 2분기 실적은 YoY 기준 -18% 역성장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상반기 신차 라인업 공백, 부품사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이 이유다. 테슬라 월간 판매가 1만 대를 넘어서고, BYD 공습까지 겹친 내수 환경도 불편하다.
그런데 하반기는 이야기가 다르다. 신차 라인업이 타이트하게 준비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라인업 속도도 예상보다 빠르다. 영남권 첨단 산업에 42조 원 투자, AI 기반 제조·레벨4 자율주행차 생산 계획도 발표됐다. 현대차 그룹의 진짜 포텐셜인 휴머노이드까지 감안하면, 하반기 턴어라운드 관점에서 지켜볼 회사다.
오전 삼성전자·하이닉스 매수세가 몰리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10~20% 급등했다. 그 돈이 제약·바이오에서 빠져나왔다. 코스닥 급락 구간이다. 그런데 오후 반발 매수에서 눈에 띈 종목이 하나 있었다.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오늘 영업이익 4,700억 원을 발표했다. 전년 대비 50~60% 이상 신장이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오자 연기금이 매일 주어담고 있었다는 수급 흔적이 확인됐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꺾이기 시작했다. 일부 반대매매 이탈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기관이 개별 종목 단위에서 바이오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미국 시장에서는 바이오 52주 신고가 종목이 여전히 많다. 국내와 커플링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실적 모멘텀이 붙는 종목은 예외가 될 수 있다.
한국전력 시가총액은 25조 원이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조 원, 내년은 17조 원이다. 시총 25조 원 기업이 영업이익 17조 원을 낼 때 지금 가격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원전 프로젝트 관련 대출 약정, 입법, 정책 마련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의 콜라보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두산에너빌리티·한수원·한전이 미국 원전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면, 현대건설과 GS건설도 자연스럽게 밸류체인에 들어온다.
조선주도 다음 주 화요일이 중요하다. 한화오션 캐나다 잠수함 수주 발표가 예정돼 있다. 사실상 우선협상 대상자로 확인된 상태지만, 공식 발표가 나오면 시장 반응이 달라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8%, 그룹사 전체를 합치면 65%가 넘는다. 두 종목이 올라야 지수가 움직이는 구조지만,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도체 외 종목들의 영업이익 가이던스도 조용히 올라오고 있다.
코스닥 전체 EPS 기준으로 PE 10배를 적용하면 11,000포인트가 나온다. 지금 1,000 아래에서 머물고 있는 코스닥이 1,500 이상 가야 한다는 주장도 이 계산에서 나온다. 7월 공청회 이후 코스닥 프리미엄 지수 개편이 9월쯤 발표된다면, 성장성·거래량·ESG 기준을 통과한 종목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1,560원대에서 1,530원대로 20원 이상 빠진 것도 체크 포인트다. 수출주 입장에서 환율 효과가 줄어드는 구간이지만, 수출 데이터 자체가 좋다면 화장품·의료기기처럼 절대량으로 커버가 된다. 유가 하락이 계속된다면 대한항공도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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